자연이 좋아서 서울을 탈출한 우리 부부!
벌써 귀촌 4년차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점을 말해볼게요.
아파트 살 때는 집 앞에 바로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과 옷 수거함이 있죠. 재활용은 1주일에 한 번이지만 멀리 갈 것 없이 바로 앞에서 처리가 됩니다.
인제에서는 집에서 30m 정도 떨어진 큰 길 코너에 버리면 되었기 때문에 역시 집 앞이라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홍천에 이사온 후로는.....
쓰레기와 재활용품 버리기 위해서 큰 길까지 500m, 음식물 쓰레기는 지정된 통에 버려야하므로 거의 700m를 가야버릴 수 있습니다. 쓰레기를 들고 그만큼 걸어갔다 오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인데요. 산책 겸 갔다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겨울이 되고나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보러 나갈때마다 트렁크에 꽉꽉 실어서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땅에 묻거나 태우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뭔가 태우는 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돌아옵니다..
시골에 이사 오면 맑은 공기만 마실 줄 알았지요.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겨울이 되면 앞집, 옆집, 뒷집에서 모두 불을 때요.(지역마다 다를 수도)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간 남편은 메케한 타는 냄새와 함께 돌아옵니다. 저녁 때도 온 동네가 연기 대환장 파티..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요. 단독 주택의 겨울 난방비는 상상을 초월하고, 그 중 제일 저렴한 화목난로를 같이 써야지 버틸 수 있는 집도 있겠지요. 아침의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는 상상속에 넣어두고, 나중에 자연인처럼 사람들과 멀리 살 때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옆집에서 쓰레기 태우는 소각로를 쓰고 있다면 때때로 화학물질 타는 냄새도 맡아요. 시골에는 쓰레기를 내놓기 보다는 태워 없애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바람 잘못타서 냄새가 집으로 들어오면 조금이라도 덜 들어오게 하려고 재빨리 닫았다가 끝난 것 같을 때 환기를 시켜줍니다... 번거롭...
공기와 물 때문에 시골 온 것이 거의 절반의 이유인데 말이죠..
왜 시골만 가면 물이 맑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처음 대관령에서 지낼 때는 물이 참 좋았습니다. 지하수였고, 수질이 좋아서 마셔도 좋다고 했어요. 한 달도 안되어서 피부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죠. 바로 이거지! 하면서 좋아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인제에서 살 때는 간이 상수도였습니다. 처음에는 탱크에 받은 물을 오래 안써서 물이 노란 줄만 알았는데, 그냥 사는 동안 계속 물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노랗더라고요. 간이 상수도라서 수도세는 내지 않았지만, 무료라도 노란물을 쓰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요 ㅠㅠ. 싱크대, 세면대, 샤워기 등 온갖 수도꼭지에 필터를 다 달았어요. 정수기 필터는 자주 갈아 줘야했고요. 우리가 이사나올 때 쯤에 일반 상수도로 바뀌었으니 아마도 지금은 개선 되었겠쥬...
지금 사는 곳은 그냥 일반 수도. 아리수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쓰고 있어요. 문제는 이 수도가 너무 졸졸 나오는 것. 겨우 용납될 정도의 졸졸졸.. 가끔 엄마집에 가서 설거지를 하면 속이 다 후련합니다. 게다가 이 주택의 수도에는 엄청난 문제가 있는데....(밑에 서술)
잉? 왜 산책길이 단점이라는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골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 못했었거든요. 물론 집이 마을 안에 위치해 있다면 걷기 좋을 수도 있죠. 예전에 정선에 집 알아보러 갔다가 들른 대촌마을은 얼마나 마을길이 걷기 좋은지.. 그런 곳도 있겠지만
인제에서는 집들이 강과 길을 따라 띄엄띄엄 있었어요.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도보로 5분 정도 걸렸는데(편의시설 없고 집만 모여있는), 2차선 차도를 걸어야 했습니다. 하나로마트라도 가려면 차를 반드시 이용해야하죠. 걷기 좋게 만들어놓은 둘레길을 가려고 해도 마찬가지..
임신했을 때 좀 걸어야 했어서, 남편과 할배강아지와 함께 마을까지 자주 나갔었는데, 찻길을 걷는 그 순간들이 너무 무서웠어요. 혹시나 한눈 파는 운전자가 있다면...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물론 차량 통행량은 많지 않았지만 꽤 큰차도 많이 지나다니고 그랬습니다.
지금 사는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인데, 집에 따라서 다르니 산책을 좋아한다면, 집 주변에 길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
도시보다 시골에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죠. 우리는 집돌이 부부로서 택배만 오고 인터넷만 잘 연결되어 있다면야, 안나가고 살 수도 있다고 자부했지만....
임신하고 나서 인제에는 출산 병원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춘천이나 강릉으로 가야하는 상황.. 둘다 거의 1시간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왕복 3시간 정도에 진료시간 기다리고 뭐하고 하면 하루가 휙 가버리죠. 막달이 되면 매주 가야하는데 허허허.... 막달 가서는 만약 진통오면 어쩌지 119 불러야하나, 근처에 방을 잡을까 등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별일 없이 낳았어요(다행). 그냥 엄마한테 가서 낳을 걸 그랬나. - 물론 여러가지 지원을 해주기는 하지만 근처 병원이 있어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것만 못하지요.
소소하게는 아쉬탕가 하는 곳을 알아보면 또 춘천까지 가야하고 (춘천으로 이사갈까), 마트는 하나로마트 하나,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볼일 있으면 역시 춘천이나 강릉... 인제에서는 치과를 가려고 해도 4~50분. 하...
병원 갈일이 많으면 잘 알아보고 집을 구해야겠습니다.
차가 없으면 안됩니다. 되도록 인당 한 대 있어야해요.
내가 외출하면 남편은 발이 묶입니다.
버스를 타려고 한다면, 차로 15분 만에 갈 거리가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마법을 보게 됩니다. 버스가 시간마다 있더라도 언제 올 지 모르니 놓치면 또 1시간 당첨.. 그래도 많이 개선되고는 있는 것 같지만, 시골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알고 있어야해요. 서울에서는 차가 없어도 구석구석 다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는데, 시골은 노선도 한정되어 있죠.
우리나라 택배는 최곱니다. 요즘은 시골에도 택배 잘 오지요.(롯데는 두 곳 다 월수금만 와서 식품 시킬 때 롯데택배에 걸리면 곤란했던 경험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곳도 있어요. 인제집에서 가까운 옆 동네는 택배기사님이 가지 않아서, 20분 떨어진 시내까지 픽업하러 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지금은 잘 협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난방비는 집에 따라서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은 훨씬 추운것 같아요. 아파트에서는 위아래로 난방을 켜주는 고마운 이웃들덕에 우리집에서 덜 틀어도 그나마 따뜻하죠. 그리고 시골에서 겨울을 나면 도시가스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단독주택이 홀홀단신으로 추위를 이겨보려고 하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합니다. 창문도 막아보고 현관에 방풍비닐도 달아보고 별별 수단을 다 써봤죠. 인제에 있을 때는 심야전기 보일러였는데, 30년 된 구옥이라 우풍이 심했을 뿐더러 보일러 효율도 좋지 않아서 펑펑 틀어도 춥게 지냈어요 ㅠㅠ.. 전기세는 최고 40만원대까지 나왔답니다. 그래서 창문마다 비닐로 막고 현관도 막고 했더니 결로가 생겨서 곰팡이 파티... 시골 구옥의 겨울은 참 어렵다어려워
현재 사는 곳은 2드럼 400L짜리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난방 등유 가격은 1,400원
400L * 1,400원 = 560,000원
꽉 채우면 이정도 나오네요.
두 드럼으로 얼마나 쓰느냐.
- 10월 18일에 이사와서 다음 날 기름을 가득 채웠다.
12월 6일, 4분의 1정도 남아서 주유소에 전화를 했고,
다시 가득 채운 비용이 41만원이다.
문제) 선우네가 이사 와서 사용한 기름의 한 달 평균 금액을 구하시오.
10월 19일부터 12월 6일까지 43일.
410,000 / 43 * 30 = 한달 약 28만 6천원
아직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이라서 그랬는지 30만원 이하로 방어했네요.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기름 상황은 또 다릅니다. 쭉쭉 다는 것이 보여요 ㅠ_ㅠ
아참, 겨울철 주택의 화장실은 매우매우매우 추워서 난방기를 달아야 한답니다. 화장실 갈 때, 샤워할 때 넘 추워요 ㅠㅠ. 램프식 온열기 쓰다가 요즘에는 온풍기로 바꿨어요. 건조도 되고, 온도도 빨리 올라가고, 아기가 있어서 공기 따뜻하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만족하며 쓰는 중.
집 지을 경우, 전기선이 어디로 들어오는 지도 체크포인트.
동네분 집에 전기가 들어올 때, 한전 실수로 전신주 주인의 동의도 받지 않고, 남의 전신주에 농업용 전기를 걸었었다고 하네요. (전신주에 주인이 있는 것도 처음 앎) 갑자기 전신주 주인이 전신주를 없앨거라고 빼라고 했다고 합니다. 다른 쪽으로 끌어오려고 했더니 다른 사람의 땅 끄트머리를 지나야해서 동의를 받아야 했고, 안쓰는 땅이라도 절대 안된다고 동의해주지 않아서 결국 전신주 몇 개를 꽂아서 돌고돌고 돌아 들어오기로 했다고 합니다. 결국 잘 해결 되었고 비용도 들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이웃과의 관계도 그렇고요.. 집 지은지 몇년이 지났음에도 어딘가에서 문제는 계속 발생하더라고요.
지금 집에 들어오기 전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수도.
전원주택 단지에 7가구가 있는데 각각 계량기가 설치 되어있지 않아서 수도세가 단지 통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으잉? 이사오자마자 이 단지에 수도세 관리하시는 분(총대 매고 단지 내 여러일을 맡아주시는 고마운 분)이 오셔서 여기 수도는 각자 계량이 안되어서 N분의 1을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매달 단톡방에 비용을 알려주신다고 했어요... 이런 일도 있구나..
여긴 3가구가 상주하고 나머지 4가구는 주말 주택인데, 우리집은 상주하는 집이라 주말주택보다 물을 훨씬 많이 쓰죠. 근데 N분의 1을 하면 주말주택 분들은 쓰지도 않는 돈을 내야하잖아요. 그것부터가 미안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이득을 본다는 것이 불편하더라고요. 마음 놓고 물을 쓸 수 없는 상황...(지금은 해결 중에 있습니다. 돈이 들긴 하겠지만요.)
게다가 위로 올라갈수록 수압이 점점 약해져서 저 윗집에는 샤워도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ㅠㅠ..
전기나 수도 문제는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라서 써봤습니다.
*배달 - 인제에서는 배달 오는 곳이 없었고, 현재는 동네 짜장면집 한 곳, 치킨집 한 곳이 배달됩니다.
*인터넷 - 유플러스 쓰고 있어서 연동하려고 했더니, 여긴 KT만 들어온다고 한다. 인터넷 종류도 고를 수 없음.
*눈길 치우기 - 큰 길로 나가기까지 내 집 앞은 내가 치워야 하는데, 큰 길까지 꽤 멀면 힘들어요. 안나오는 집 있으면 얄밉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