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 앳킨스 다이어트, 케톤식이요법, 키토제닉.
수많은 이름의 다이어트 방법이 유행했다 사라졌다가, 다시 비슷한 방법으로 다른 이름을 달고 나오는 듯하다. 위의 식이요법의 공통점은 탄수화물 섭취를 강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세뇌시키고 있다.
여기서 탄수화물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탄수화물이라고 부르는지 생각해봐야한다.
탄수화물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생각나는 음식들은 빵, 면, 과자 등이다. 이런 공장에서 가공된 정제탄수화물은 각종 화학물질과 지방을 실어나르는 운반체에 불과하다. 나쁜 물질을 실어나르다가 범인으로 오인 받았을 뿐이다.
가공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 녹말음식이 진짜 탄수화물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우리가 하루동안 섭취하는 칼로리 중, 탄수화물이 낮아지면 단백질의 증가로 상쇄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단백질은 20%가 넘기 힘들고, 대부분 지방의 증가가 동반된다.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이 고갈되면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케톤'같은 유독한 부산물이 생산된다.
신장은 케톤을 제거하기 위해 칼륨, 칼슘 같은 미네랄을 사용한다. 미네랄이 빠져나가 전해질 수치가 혈액내에서 아주 낮아지면 심장 부정맥을 초래할 수 있다.
케톤증의 단기적인 증상으로 만성피로, 갑작스러운 체력저하, 현기증, 두통, 혼란, 복통, 자극과민성, 메스꺼움과 구토, 불면증, 그리고 입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암, 심장질환, 혈압이상 등의 더욱 끔찍한 결과가 기다린다.
*고기를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한 앳킨스 박사는 72세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는데, 사망 당시 몸무게가 120kg에 육박했다.
*얼마 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케톤식이요법을 하는 뇌전증 아이가 나왔다. 탄수화물, 단백질이 부족해서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쓰면 케톤이 나오고 이 상태를 케토시스 상태라고 한다. 작용원리가 확실치 않지만 케토시스 상태가 경련을 억제하는데에 좋고, 어릴 수록 효과가 커서 난치성 소아뇌전증 치료에 이용된다.
허나, 이것은 부작용이 있어도 치료의 목적으로 더 얻는 것이 클 때 사용하는 것이지, 일반인이 굳이 합병증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면서 까지 케톤 식이요법을 할 필요가 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산 음식, 죽은 음식>의 원서 제목은 본래 80/10/10 Diet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 중 80%를 탄수화물에서 얻고, 단백질과 지방에서 각각 10%씩 얻으라는 것이다. 탄수화물 비율이 더 늘어나도 좋다. 확실히 저탄고지, 황제다이어트와는 정반대의 노선이다.
먼저 소개했던 <맥두걸 박사의 자연식물식>,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에서 존 맥두걸 박사는 녹말을 중심으로 과일과 채소를 먹는 식단을 주창했다면, 더글라스 그라함 박사는 과일 위주의 식단에 여린 채소를 곁들인 조금 더 제한적인 식사방법을 제안한다.
그라함 박사의 주장은 순수한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과일을 먹고 살도록 설계된 동물이라는 것이다. 주식은 과일, 부수적으로 부드러운 녹색채소를 먹고 살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 과일은 다른 어떤 음식보다도 인간의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최적의 비율로 가득차있다.
이 음식은 건강에 좋을까? 의문이 들 때, 생각해 보면 좋은 판단기준을 소개한다.
자연위생학의 대가인 프라이 박사의 '참음식을 고르는 4가지 기준'
<산 음식, 죽은 음식>에서도 건강하지 않은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수많은 채식주의자나 비건들이 고지방 음식에 노출되어 있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샐러드를 아무리 먹어도 견과류나 오일 두스푼 휘휘 두르는 것 만으로 섭취하는 칼로리의 지방비율을 40%넘게 올릴 수 있다.
*샐러드 - 150 칼로리 중 지방의 칼로리 9%
*올리브 오일 2티스푼 - 240칼로리 중 지방의 칼로리 100%
> 오일을 넣는 순간 칼로리가 거의 400으로 늘어나고 지방의 백분율이 64%로 급증한다. (과일 드레싱을 넣으면 칼로리 중 지방 비율 9%로 유지가능)
여기에 견과류, 씨앗류, 아보카도, 올리브 등 고지방 재료를 마구 투하하면 어쩌면 고기를 먹는 것보다 더 높은 비율의 지방을 섭취할 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칼로리를 과일에서 섭취하려면 영양을 균형적으로 섭취하기가 어려워보인다. 게다가 그라함 박사의 책에 나온 장수마을 식단에 과일만 섭취하는 마을은 없다. 과거 호모사피엔스가 과일을 주식으로 섭취했다고 해도, 현재 다양한 식품으로 영양공급이 충분해지면서 수명이 늘어난 것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프루테리언과 같은 극단적인 채식 식단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자기 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라함 박사가 어떤 지표가 될 수는 있어도, 그 방법이 모두의 몸에 맞으리란 보장은 없다.
과일과 채소만 먹어도 약 5%의 칼로리가 지방에서 온다.
만약 하루에 2,000칼로리를 먹는다면 나머지 5%정도, 즉 100칼로리를 보이는 지방으로 먹을 수 있다.
더글라스 그라함 박사는 유튜브와 인스타도 운영하고 있으니, 저자가 어떤 식으로 식생활을 해나가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푸르테리언(열매만 섭취하는 사람)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존 맥두걸 박사는 곡물을 주식으로 과일, 채소를 곁들인 식단을 주장하는데, 처음부터 과일로 칼로리를 섭취하기 부담스러운 사람은 존 맥두걸 박사의 방법을 우선 쫓아가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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